Trackback Address :: http://rome777.tistory.com/trackback/5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제손으로 전기밥솥 하나 사지 않던 한 친구가 어느 날 내게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한 양 이렇게 말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 알지? 청바지만 입어도 근사한 사람 말이야. 그 사람이 얼마 전 ‘아이폰’이라는 휴대전화를 새로 개발했다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넋을 잃고 봤어. 너도 꼭 봐라, 얘. 너한테 꼭 필요할 것 같더라.”

한낱 제품설명회가 얼마나 재미있기에 저렇게 호들갑을 떨까. 게다가 애플의 아이폰은 한국에선 사용할 수도 없는 휴대전화라고 하던데. 자신에게 쓸모도 없을 전자제품 설명회를 넋을 잃고 봤다고? 이해가 가질 않았다.

게이츠 vs 잡스

물론 스티브 잡스가 연설을 잘한다는 말은 전부터 듣던 터였다. 그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졸업생에게 축사를 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떠돌 때 슬쩍 본 기억도 났다. 군더더기 없는 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짧은 침묵,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는 표정 등은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튼 친구가 재미있다고 하고, 배우는 데는 누구 못지않게 부지런한 나인데,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에게 한 수 배워볼까?

IT업계엔 스티브 잡스말고도 또 한 사람의 거물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빌 게이츠다. 그도 신제품이 출시될 때면 직접 나와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두 거물의 연설법을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해서 맥 빠질지 모르지만, 나는 스티브 잡스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와 매킨토시에서 지원하는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부터 비교해보자. 제품이 곧 최고경영자의 철학과 사고방식을 대변하는 것일 테니.

마이크로소프트는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청중을 앞에 놓고 연설할 때 사람들은 으레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자료를 만들기 쉽고, 다양한 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MS의 프레젠테이션 마법사로는 청중이 요점을 기억하지 못하고, 좋은 영향을 주지도 못한다”고 비난한다. 이 때문에 아마추어들이 MS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것이란 악성 루머도 나돈다. 나도 써봤지만 MS 프로그램으로는 다양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글머리 기호, 큰 표제 제목, 상투적인 배경과 클립아트 그림은 자칫 청중이 프레젠테이션에 식상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매킨토시 컴퓨터를 사용하면 좀 다르다. 매킨토시 프로그래머들은 ‘매끄럽고(sleek), 단순하며(simple),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user friendly)’ 것을 추구하는 것 같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명쾌하고 멋져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각사의 대표선수들이 일합(一合)을 겨루는 모습을 지켜보자. 먼저 사진(233쪽)에서 보는 것처럼 빌 게이츠의 프레젠테이션은 텍스트가 많다. 텍스트가 많으면 아무래도 뉴스 앵커처럼 주르륵 읽게 된다. 프레젠테이션을 이렇게 하면 사람들은 하품을 하기 시작한다. 지루하기 때문이다.

기대를 갖게 하라!

경영분야 작가이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한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 ‘실패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파워포인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파워포인트를 사용해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그림 파일을 만들고 싶다면 회의를 취소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나을 것이다. 파워포인트는 보고서 작성용이지 프레젠테이션용이 아니다. 의사소통이란 당신이 왜 기분이 좋은지 혹은 슬픈지를 이해시키는 것이다. 당신이 대단한 작가가 아니라면 보고서에 그런 것을 담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설명적인 슬라이드는 청중의 관심을 떨어뜨린다(위). 암시적이고 간명한 이미지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아래).
설명적인 슬라이드는 청중의 관심을 떨어뜨린다(위). 암시적이고 간명한 이미지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아래).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간결하다. 암시적인 그림과 화살표만 보인다. 그가 제시하는 슬라이드는 ‘젠(Zen, 禪) 스타일’(절제된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접근방법)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것 같다. 스티브 잡스는 달랑 단어 한 개만 있는 슬라이드를 보여주든지, 상징적인 그림 하나를 보여줄 뿐이다. 단어와 그림은 그가 말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그가 말하고 싶은 키 메시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청중이 슬라이드에서 읽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연설의 첫 순간은 매우 중요하다. 이때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 못하면 연설은 엉망이 되고 만다. 첫 번째 슬라이드에 회사 개요나 목차를 보여준다고 상상해보자. 이런 도식적인 설명으로는 어떤 청중도 사로잡지 못한다.

스티브 잡스의 노하우 1 : 긍정적 분위기 조성하기(Subconscious Icebreaker)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 ‘아이폰’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어떻게 시작했을까. 그는 음악이 힘차게 울려퍼지는 무대 위로 올라왔다. 관객은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누가 음악을 크게 틀 것이라 예상하겠는가. 늘 시간은 제한돼 있다. 그러다보니 일분일초라도 준비해온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초장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해 청중을 사로잡았다.

그가 고른 음악도 기발하다. 미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얼거리는 제임스 브라운의 ‘I Feel Good’이었다. 이 노래의 가사가 애플사나 신제품과 관련이 있을까? 전혀 없다. 이렇듯 엉뚱한 대중음악을 청중에게 들려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청중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분위기를 잡고 싶었을 것이다. 청중은 음악을 들으며 무의식적으로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비즈니스와 대중음악! 그는 청중이 자신이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듣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킨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무대에 오른 그가 제시한 두 장의 슬라이드였다. 첫 슬라이드는 애플 기호였고, 다음 슬라이드는 ‘Mac World’란 단순한 글자였다. 그는 오늘의 주제가 무엇인지 나열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오늘 우리는 함께 역사를 만들어갈 것(Together today, we’re going to make history)”이라는 간단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청중을 감동시켰고, 또 한 번 큰 박수를 끌어냈다.

혹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프레젠테이션 장소가 대형 강당이 아니라 소규모 회의실일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경우엔 준비한 슬라이드의 시작과 끝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청중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따라올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준비, 또 준비

스티브 잡스의 노하우 2 : 철저한 준비로 자연스럽게 하기(Rehearses · Being Himself)

스티브 잡스는 무대에 서 있을 때 매우 편안해 보인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능수능란해 보인다. 언제나 청중의 흥미를 돋우고, 자신이 준비하고 의도한 방향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이끌어간다.

그러나 날 때부터 연설을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는 틀림없이 수없이 연습하고 단점을 보완했을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가 남을 어설프게 흉내 내거나 따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충실해 보인다. 예를 들어 그가 연설 마지막에 애플사 직원에게 감사를 표시할 때 목이 메이는 장면이 나온다. 연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를 통해 청중은 그가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그의 깊은 감정까지 공유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노하우 3 : 자세한 설명과 주요 부분 강조하기(Detailed Explanation · Focuses on the Main Topic)

스티브 잡스는 이야기를 풀어갈 때 늘 특정한 순서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먼저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고, 세부적인 설명을 하며, 마지막으로 총체적인 관점에서 요약한다.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아이팟, 전화 그리고 혁명적인 인터넷 통화의 세 가지 기능을 모두 강조해서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청중에게 세 가지 개념을 반복해서 말하도록 요청했다. 모든 청중이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요소를 자연스럽게, 저절로 확인한 것이다.

빌 게이츠의 슬라이드엔 텍스트가 많다(위). 반면 스티브 잡스의 슬라이드엔 이미지와 숫자만 보인다(아래).
빌 게이츠의 슬라이드엔 텍스트가 많다(위). 반면 스티브 잡스의 슬라이드엔 이미지와 숫자만 보인다(아래).
스티브 잡스의 노하우 4 :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역동감 부여하기(Dyna-mics with a Variety of Media)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있으면 흥미로운 TV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TV 광고로 사용된 장면이나 사진들, 심지어 비디오와 같은 영상물을 집어넣어 청중을 흥분시킨다. 어떤 때는 2∼3초마다 슬라이드를 넘기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말을 할 때는 모든 청중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내용이 없는 슬라이드를 켜놓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현대의 청중이 너무 많은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변덕스러운 청중의 심리를 정확히 읽으며 이들의 주의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이다.

세스 고딘은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청중의 심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당신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면 청중은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하길 바란다. 그들은 당신이 말하는 방법이나 의상, 제스처를 보고 판단하면서 우뇌를 사용한다. 또한 그들은 당신이 두 번째 슬라이드를 넘길 때쯤 이미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좌뇌를 사용한다.”

스티브 잡스는 누구보다도 이 점을 잘 아는 것 같다. 그가 워낙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청중은 잠시도 지루할 시간이 없다. 간결, 명쾌한 이미지, 비디오, 광고 등을 혼합하는 그만의 연설 노하우를 따라 하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모든 것을 시시콜콜하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 시각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모든 항목을, 모든 청중의 머리에 집어넣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대신 시각적인 이미지와 함께 잘 조합된 단어들이 청중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슬라이드에 담긴 이미지 이상을 상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청중이 당신의 아이디어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기사제공 :

Trackback Address :: http://rome777.tistory.com/trackback/3 관련글 쓰기

  1. Subject: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

    Tracked from Zoominsky S2 2008/01/02 23:40  Delete

    직장생활을 한지 벌써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대부분을 사업기획/광고/홍보/출판에서 보냈기에 늘 프레젠테이션은 거의 필수였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에는 참 만만하게 봤던 PT라는 것이 하면 할 수록 참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초년병 시절에는 책도 참 많이 읽고, 또 문서 만드는 스킬을 익히느라고 분주했던 것 같았는데 그렇게 16년이 흘렀건만 별로 난 난의 프레젠테이션에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늘 하고나면 뭐가 부족하고 아쉽고, 이기던 지던..

  2. Subject: 마인드맵 정리 -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비법 (Deliver a Presentation like Steve Jobs)

    Tracked from 마인드맵 활용 가이드- 만득이 블로그 2008/06/27 13:26  Delete

    Steve Jobs Presentation Skills 1. 주제를 처음에 말해라 (set the theme) jobs started saying... "There is something in the air today." "Today Apple reinvents the phone." 주제에 대해서 먼저 강조한다 2. 열정적인 모습으로 (Demonstrate enthusiasm) Jobs used words…, ‘Extraordinary ‘Amazin..

  3. Subject: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Tracked from 안녕? 세상아! 2009/06/10 16:39  Delete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관련 자료를 찾다가 발견한 자료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프리젠테이션 비교 http://rome777.tistory.com/entry/%E2%80%98%ED%94%84%EB%A0%88%EC%A0%A0%ED%85%8C%EC%9D%B4%EC%85%98-%EA%B7%80%EC%9E%AC%E2%80%99-%EC%95%A0%ED%94%8C%E7%A4%BE-%EC%8A%A4%ED%8B%B0%EB%B8%8C-%EC%9E%A1%EC%..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해적왕 2008/01/01 13:3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 2007년 맥월드에서 잡스가 한 연설을 애플 홈피에서 몇번씩 반복해서 봤었습니다... 물론 영어라 크게 이해는 못하겠습니다만, 잡스의 연설은 정말 청중들과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듯 합니다.

  2. 순대포유 2008/01/01 14:26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때 유투브에서 스티브잡스 영상만 줄곧 검색해서 꼐속 반복해서
    본 기억이 나네요. 언제 들어도 키노트도 멋지고, 연설도 멋져요!

  3. 2008/01/02 14:5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 요코야마 미쯔데루 그림 | 이길진 옮김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이 책은 만화이다. 원작은 일본어 소설이다. 소설은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되어 이에야스붐을 일으켰다. 지금까지도 많이 읽히고 있다. 그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60권짜리 삼국지로 유명한 요코야마 미쯔데루가 극화했다.

이 책의 소설판을 접하게 된 계기는 삼국지 덕분인 것 같다. 우리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 삼국지 코너(?)가 있는데 그 코너 바로 뒷면에  일본 소설이 배치 되어있다. 중3, 고1, 한창 삼국지에 빠져있을 무렵 삼국지 코너를 두리번거리다가 일본 소설 쪽으로 가봤는데 권수가 참 무식해보이는 책들이 있었다.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 권수는 무려 33권이었다. 약간의 관심은 있었지만 삼국지 10권에도 벅찼던 나는 33권이란 물량에 도저히 읽어볼 기운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책에는 일본 지명 일본 이름 등이 많이 나온다. 삼국지의 한문식 표기에는 익숙했지만 일본 지명, 일본 이름은 생소해서 외우기가 너무 어려웠다. 글씨도 큰편이 아니었다. 책의 두께가 얇은 것도 아니었다. 다시 말하지만 무식하게도 33권이었다. 읽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아주 조금 알게 되었는데 그를 언급하려면 나머지 두 사람을 빼놓을 수가 없다. 바로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란 인물은 일찍이 알고 있었다. 악의 원흉이다. 임진왜란 일으킨 놈이다. 그런데... 오다 노부나가란 사람은 누군지 몰랐다. 검색을 하다보니 여러 가지 정보를 얻었는데... 그 중 세 사람의 역할을 집을 짓는 데에 비유하는 짧은 글이 있다. 바로 다음과 같다.

오다 노부나가는 터를 잡고

히데요시는 그 터 위에 집을 짓고

이에야스는 그 집에 들어가 살았다는 것이다.

무슨 해비타트 운동하나? 그리고 또 한 가지 비유가 있다. 이것은 세 사람의 성격을 비유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 주어졌을 때의 각자의 대답이다.

두견새가 울지 않을 때 울게 하려면?

노부나가 : 안울면 죽여라.

히데요시 : 재롱을 피워라.

이에야스 : 울 때까지 기다려라.

이 두 이야기는 사람들이 지어낸 비유일 뿐이지만 잘 지어냈다. 역할과 성격을 잘 표현했다.


이러한 정보들을 접하면서 소설에 대한 흥미가 커져갔지만 읽기엔 버겁고 시간이 촉박했다. 당시 고2였다. 그러던 차에 이 소설의 만화판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도서관에 희망도서신청을 했다. 꾀 많이 기다렸다. 다음은 샘플이다. 일본 만화는 오른쪽칸에서 왼쪽칸으로 읽는다.




처음 1권을 도서관에서 봤을 때는 책의 내용이 난해했다. 1권에서는 이에야스가 나오지도 않는다. 2권부터 감이 잡혔다.


일본의 전국시대는 참 정신이 없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그렇다. 또한, 오늘 옆에 있는 친구의 목이 내일 없을 수도 있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만화의 분위기는 비장하다. 10페이지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만 같다. 사람들은 항상 죽을 각오를 하고 산다. 만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싸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리에 항상 긴 칼을 차고 있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분신처럼 항상 소지하고 있다. 일본인에게 이 칼은 각별한 의미인 것 같다. 쓰이는 용도도 참 다양하다. 우선, 전쟁에 주무기로 쓰이고 두 번째로 마음을 수련하는 데에 쓰인다. 세 번째로는 가이샤쿠할 때에 쓰인다. 여기서 가이샤쿠란 할복하는 자를 배려하는 행위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할복하는 사람의 목을 싹뚝 잘라주는 것이다. 배려인가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이것이 할복 시에 고통을 줄여준다고 한다. 만화를 보다가 독자가 심심할만하면 등장인물이 앉아서 할복을 하는데 단도로 배를 가르면서 뒤에 있는 사람에게 가이샤쿠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싹뚝, 피가 튄다. 이런 비슷한 장면이 많이 반복된다. 할복이 잔인하고 비인간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 시대에 할복은 상당히 명예롭게 죽는 방법이었다. 할복과 가이샤쿠는 세트이다. 어쨋든 전국시대에는 죽고 죽이는 일이 많았던 때이다.



이런 혼란한 전국시대때 도쿠가와 이에야스(兒名 다케치요)는 집안이 다른 데보다 약해서 6살때부터 강한 집안 오다家와 이미가와家에서 차례로 인질생활을 한다. 전국시대에는 약한 가문의 자식이 강한 가문에 전송되서 인질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어린 이에야스는 오다家에게 인질생활을 하다 오다 노부나가와 친해진다. 이는 후에 오다家와 도쿠가와家와의 동맹 결성에 영향을 미친다. 노부나가는 성격이 불 같다. 머리는 뛰어나다. 아버지 오다 노부히데가 죽은 뒤 오다家의 주인이 되어 세력을 넓혀간다. 그러다가 상경을 하려는 이마가와 요시모토와의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압승을 한다. 이 와중에 이마가와家에 인질로 사로잡혀 있던 청년 이에야스는 어부지리로 자립하고 오다 노부나가와 동맹을 맺는다. 이마가와家는 망하고 이번엔 다케다 신겐이 상경을 준비한다. 이에야스는 싸움의 화신 다케다 신겐에게 학익진으로 대항하다 전멸하고 죽음을 각오하며 농성한다. 그런데 갑자기 다케다 진영에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반부 줄거리는 위와 같다.

중반부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다 노부나가가 부하에게 배반당해 죽임을 당하고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전면에 등장하는데 그는 도쿠가와를 정복하려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편으로 포섭한다. 여기서 도쿠가와家와 도요토미家와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결국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일하고 천하인을 자처한다. 그러나 난세가 종식된 것은 아니다...................

줄거리 나열은 이쯤에서 접는다. 나머지 내용은 이에야스가 일본에 평화를 가져다 주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내용이다. 줄거리만 간단하게 나열하려고 해도 상당히 길다. 소설로 33권이고 만화책으로 13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다음과 같다.

바로, 평화가 소중하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반세기전 6.25 전쟁을 겪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전쟁이 있었는지 실감하기도 힘들다. 평화에 익숙해져 있어 평화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아직 종전이 된 것이 아니어서 한국이 평화로운 상태라고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일본의 전국시대, 즉 센고쿠 시대에 비하면 평화롭다고 볼 수 있다. 센고쿠 시대에는 가문의 존립을 건 전면적인 전투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센고쿠 시대는 100년이 넘게 지속됐는데 피와 눈물이 뒤섞인 시대였다. 이에야스는 어릴 때부터 인질생활을 했고 커서는 아내와 장남을 자기 손으로 죽였다. 이마가와家를 배신하면서 인질로 잡혀있던 친척들을 잃었고 자신의 아들에게 '영원한 대면금지'란 할복보다 더한 벌을 내리기도 했다. 난세의 피해자 중에 한 사람으로서 이에야스는 항상 일본의 평화를 기원했다. 그의 유품에서도 평화에 대한 소망을 알 수있다. 그는 일본의 평화에 걸림돌이 되는 자신의 아들 도쿠가와 다다테루에게 '영원한 대면금지'를 명하지만 다다테루가 평화를 원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지 걱정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야스는 죽으면서 노부나가공이 아끼던 피리 하나를 다다테루에게 선물한다. 다다테루가 아버지의 유품인 피리를 보고 깨달음에 울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다다테루가 흐느끼며 서툴게 피리를 부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는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쿠가와家 문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다家 문장

Trackback Address :: http://rome777.tistory.com/trackback/1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